호살량굿

한국무속신앙사전
호살량굿
황해도굿의 굿거리 중 하나로, 호환(虎患)을 겪은 호영산을 달래기 위해서 하는 호영산이 등장해서 [굿놀이](/topic/굿놀이) 형태로 연행되는 굿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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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도굿의 굿거리 중 하나로, 호환(虎患)을 겪은 호영산을 달래기 위해서 하는 호영산이 등장해서 [굿놀이](/topic/굿놀이) 형태로 연행되는 굿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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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정의황해도굿의 굿거리 중 하나로, 호환(虎患)을 겪은 호영산을 달래기 위해서 하는 호영산이 등장해서 [굿놀이](/topic/굿놀이) 형태로 연행되는 굿거리.
내용호살량굿은 호랑이가 많던 시대에 호랑이에게 희생된 영혼들을 달래고, 미래에 있을 사고를 막고자 하는 목적으로 연행한다. 황해도굿의 여러 절차 중에서 호살량굿은 매우 특별한 굿거리 중 하나이다. 호환이 많던 시대에 호환으로 인해 숨진 영혼들을 달래기 위한 것이 호살량의 연행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호살량굿은 호환을 겪은 조상이 있는 집안의 집굿이나 [마을](/topic/마을)의 마을굿에서 굿을 마치는 마지막 절차인 [[마당](/topic/마당)굿](/topic/마당굿)(뒷전)만을 남기고 집 밖으로 나와서 굿의 맨 마지막에 연행되는 굿거리이다.

그러나 호살량굿에서 중요한 것은 호랑이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람이 아니다. 호살량굿에서 호군웅씨, 호영산마누라, 사신반웅, 사신군웅 등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실제 이 굿거리에서 모셔서 노는 신에 대해 매우 특별한 모습이 반영된 것으로 짐작된다. 황해도 무당인 박선옥 만신은 호살량굿에 대해 “범 죽은 구신을 논다”라고 말한 바 있다. 즉 호환을 당한 사람을 위해 굿을 하는 것이지만 굿의 실제 내용은 범의 영혼을 잘 달래줌으로써 범들이 사람들을 해치지 않도록 기원하기 위해 하는 굿이라고 할 수 있다.

호살량굿의 절차는 다음과 같이 몇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1. 사방청배 : 무당이 굿청에 들어서서 춤 [장단](/topic/장단)에 방울·부채·[서낭기](/topic/서낭기) 등을 들고 사방에 인사를 하고 맴춤을 간단하게 돈다.

2. 자진만세청배 : 자진만세장단에 맞추어 만신과 장구잽이·조무의 반복창 형식으로 호영산대감을 비롯한 호영산군웅대감 등 제신을 청하는 무가를 구송한다.

3. 호영산마누라 : 구체적인 [굿놀이](/topic/굿놀이)가 놀기 시작하는 절차로, 무당이 호영산마누라가 되어 [재담](/topic/재담)을 하며 노는 굿거리이다. 호영산마누라는 암호랑이이며 어미 호랑이로 설정되어 있어서 호랑이굴 안에서 새끼들을 거느리며, 수호랑이인 호살량이 먹잇감을 찾아오기를 기다리면서 새끼들을 돌보며서 여러 재담을 한다.

4. 호살량 : 호살량은 수호랑이로, 이 호랑이가 사냥감을 구해 돌아다니면서 미리 준비된 개를 발견하면 먹잇감을 사냥하는 시늉을 한다.

5. 날만세 : 굿을 마치면서 신들을 돌려보내는 무가를 자진만세받이 장단에 얹어서 역시 반복창으로 부른다.

호살량굿의 절차 중에서 사장청배, 자진만세청배, 날만세는 모두 황해도굿의 여러 굿거리에서 유사하게 확인할 수 있는 굿거리의 시작하고 끝맺는 방식이다. 따라서 호살량굿의 독자적인 내용은 암호랑이인 호영산마누라가 노는 호영산마누라 놀기와 수호랑이인 호살량을 노는 호량산 놀기의 절차라고 할 수 있다.

호살량굿의 주인공은 범이다. 호랑이 암컷과 수컷이 한 짝을 이뤄서 호영산마누라와 호살량으로 나누어 놀고 있다. 호랑이 입장이 되어 호랑이의 행색을 표현하고, 호랑이 입장에서 대접을 받음으로써 앞으로의 호환을 예방하는 것이다.

특히 이들 굿거리에서 개고기는 호살량굿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특별한 제물이다. 이는 호랑이의 습성을 고려해 호랑이에게 바치는 제물로 날개고기와 날닭고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러한 개고기 제물은 암호랑이인 호영산을 연행할 때 염병 맞은 코를 잘라먹으며 새끼들에게 제공하는 먹잇감으로, 호살량을 놀 때는 수호랑이인 호살량이 사냥해 오는 사냥감으로도 쓴다.

호살량굿의 또 다른 특이점은 연행에 있어서 말보다 소리와 행동이 매우 중요한 연행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호영산마누라를 노는 동안만 어느 정도의 대사에 해당하는 말이 쓰이고 있을 뿐 대체의 시간은 모두 소리와 행동으로 대신한다. 소리와 행동은 모두 호랑이의 행동을 모방하여 재연하는 방식이다. 호영산마누라나 호살량의 경우 모두 엎드려서 호랑이의 걸음걸이와 같이 기어간다거나 무서운 소리를 내면서 다른 생명체에게 겁을 주는 행위, 모래와 자[갈이](/topic/갈이) 담긴 함지에 배설을 하며 영역표시 하기, 제물로 바쳐진 고기를 통해 사냥을 하거나 고기를 먹는 행위 등으로 표현된다.

일반적으로 여느 굿거리에서는 사람과 신의 소통을 위해 말을 사용하고 대상의 특징에 대해 말로 설명하고, 굿놀이에서는 재담 형식을 통해 신의 직무를 행한다. 그런데 이처럼 호살량굿이 행동 중심의 연행을 하는 점은 [동물](/topic/동물) 입장에서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데서 오는 독자적 연행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호살량굿에 대한 실체가 처음 공개적으로 확인된 것은 2004년 5월 15~17일에 있었던 국립국악원의 황해도 [꽃맞이굿](/topic/꽃맞이굿)이었다. 당시 박선옥 만신이 바로 호살량굿을 연행한 주인공이다. 박선옥은 호살량굿을 호살량·개반웅·사신반웅 등의 이명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러한 굿거리 명칭은 기왕에 조사된 몇몇 자료에서 확인되기도 한다. 조사자료인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황해·평안남북 편(韓國民俗綜合調査報告書-黃海·平安南北 編)」에서는 영산굿이라고 하여 잡귀에 씌어 병이 난 경우 개를 잡아서 개 몸 안에 짚을 넣어서 박제한 것을 마부로 하여금 제물을 싣고 나가게 하는 사신(使臣)굿에 대한 기록이 있다. 또한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무의식 편(巫儀式 編)』에서는 개릉산([사신반혼굿](/topic/사신반혼굿))이라고 하여 집안 조상에 사신으로 갔다온 이가 있다거나, 호식(虎食)으로 죽은 이가 있는 경우 그 조상을 위해 행하는 굿으로 정리하고 있다. 개릉산 역시 영산굿과 마찬[가지](/topic/가지)로 개를 잡아서 그 [가죽](/topic/가죽)을 조짚에 씌우고 개를 사신이라고 하여 타고 굿을 하는 것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러한 기록들은 서로 다르면서도 일정 부분 유사한 성격으로 각각의 굿거리를 설명하고 있어서 [병굿](/topic/병굿)과 호살량굿, 사신굿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한다.
역사호랑이는 이미 [단군](/topic/단군)신화를 비롯한 오래전의 여러 문헌이나 신화 등에 등장하는 [동물](/topic/동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호랑이는 위엄 있는 존재로서의 일면이 있는 반면에 호환이라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한반도에서 호랑이를 섬기던 풍속은 『후한서(後漢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이전(東夷傳)」에 “그 풍속은 산천을 존중한다. 산천에는 각기 부계(部界)가 있어 서로 간섭할 수 없다. …(중략)…범에게 제사를 지내고 그것을 신으로 섬긴다”라는 기록을 통해 이미 오래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오주연문장전산고](/topic/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의 기록에서도 호랑이를 산군(山君)이라고 하여 무당이 [진산](/topic/진산)(鎭山)에서 도당제를 올렸다는 기록까지 찾아볼 수 있다. 호환에 관한 기록은 『[삼국유사](/topic/삼국유사)(三國遺事)』 「감통편(感通篇)」의 ‘[김현감호](/topic/김현감호)(金現感虎)’에서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호환을 막기 위한 여러 대책의 일환으로 호살량굿과 같은 굿의 형태가 발생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호환과 관련한 놀이의 기록은 1865년 경복궁 중건 당시에 축하공연 모습을 기록한 『[기완별록](/topic/기완별록)(奇琓別祿)』에서 포수가 호랑이를 총으로 쏘는 [사냥놀이](/topic/사냥놀이)가 확인되며, 이후 실제 호랑이와 관련한 [굿놀이](/topic/굿놀이)의 형태가 동해안 지역 일대의 [별신굿](/topic/별신굿)에서 확인된다.
지역사례황해도 지역의 호살량굿과 같이 호환과 관련한 무속의례의 사례는 동해안 지역의 [별신굿](/topic/별신굿)과 경기도 파주 지역의 [마을](/topic/마을)굿에서 발견할 수 있다. 동해안의 중부 지역인 경북 영덕군이나 포항 일대의 별신굿에서 범굿이라는 굿거리가 발견된다. 범굿은 달리 [호탈굿](/topic/호탈굿), [호석](/topic/호석)(虎席), 범안굿 등의 명칭으로 불린다. 동해안의 별신굿은 남자무당인 화랭이들에 의해 연행된다. 대거리굿만을 남겨두고 굿의 맨 마지막에 연행되는 범굿은 범과 포수로 분장한 두 화랭이가 등장해 포수가 범을 잡는 행위를 재연하는 방식으로 놀이가 진행된다. 범은 제장을 돌면서 먹잇감을 찾아 어슬렁거리다가 제물로 준비한 산닭(날닭)을 잡아먹는다. 이때 범을 뒤쫓아 들어온 포수가 범을 발견하고 곧 조총으로 쏘아서 쓰러트리고, 범을 잡은 포수가 기쁜 표정으로 범의 [가죽](/topic/가죽)을 벗겨내면서 구경꾼들에게 축원의 말을 전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경기도 파주 문산에서 확인된 호랑이 [굿놀이](/topic/굿놀이)는 문산도당굿에서 군웅거리 뒤에 연행하는 호영산호대감굿거리이다. 호영산호대감굿거리는 호랑이에게 난을 당해 죽은 호영산과 호대감신을 위안하는 것으로, 먼저 군웅신이 상산막둥이와 함께 사냥을 떠나서 미리 준비해둔 희생 개고기를 호대감이 찾는 것으로 진행한다. 호영산호대감굿거리는 호대감만 등장해 숨겨둔 개고기를 찾아 나서서 온 산을 헤매며 사냥을 하고, 사냥에 성공하면 임진강 쪽을 향해 도무를 하고, 날고기를 물어뜯어서 사방으로 버리고 공수를 준 후에 마친다.

이러한 몇몇 호환과 관련한 굿거리들은 모두 [재담](/topic/재담)이나 무언극 형태를 사용하는 굿놀이 형식으로 진행되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즉 신의 말을 직접 전달하는 공수나 신에게 기원하는 교술무가 형태로 연행되는 것이 아니라 행위와 대화를 통한 상황의 직접적 재현이 매우 중요한 연행 방식으로 사용된다. 또 이러한 호환 관련 굿거리들은 공통적으로 굿의 후미에서 연행되는 공통점이 있다. 호환을 당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이므로 하위 신으로서 굿의 전반부인 상위신격들과 달리 굿의 후반부에서 하위 신격들의 연장선상에서 연행되고 있다.

이와 달리 범굿이나 호영산호대감굿과 호살량굿의 분명한 변별점은 호랑이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느냐라는 자연물에 대한 시각의 문제에서 나타난다. 호살량굿에서 호랑이는 굿거리의 연행 주체로 등장한다. 무당이 암호랑이와 수호랑이가 되어서 그들 스스로의 입장을 말하고 신으로서 등장해 노는 방식이다. 그러나 범굿과 호영산호대감굿에서는 사람이 주체가 되어 굿을 진행하며, 호랑이는 부수적 존재로 등장한다. 특히 범굿의 경우 살아 있는 뱀은 그 자체가 액운의 집합체로 인식되어 매우 두려운 존재로 인식하고 물리쳐야 할 대상으로만 등장한다. 이러한 점에서 호살량굿은 범을 물리치는 대상이 아니라 사람과 같은 자연의 일부로 인식하고, 상호 존중해야 할 대상으로 표현하고 있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애니미즘 세계관이 반영된 굿거리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영동지역무악 및 구포호랑이굿 (최길성, 문화재관리국, 1971)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경상남도편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 1972)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황해·평안남북 편 (문화재관리국, 1980)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무의식 편 (문화재관리국, 1983)
한국의 굿11-강사리 범굿 (하효길·황효창, 열화당,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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